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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택배기사 처우 개선 약속 1년,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남았나

by 민브리핑 2025. 6. 5.

2024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택배기사의 과로를 막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의 변화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태를 통해 남은 과제를 진단합니다.

 

 

⏳ 지난 1년간 무엇이 약속되었나?

📦 택배기사 처우 개선 약속 1년,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남았나
📦 택배기사 처우 개선 약속 1년,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남았나

 

2024년 초, 전국 택배노동조합은 장시간 노동과 분류작업 전가 등으로 인한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사회적 여론이 거세지자 대형 택배사, 노조 간에는 이른바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항이 약속되었습니다:

  • 분류작업은 택배기사가 하지 않는다.
  • 주 60시간 이상 초과근무 금지.
  • 휴식권 보장 및 심야 배송 제한.
  •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전면 적용.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이후 ‘생활 물류 서비스산업 발전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하겠다고 밝혔고, 우체국,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들도 자사 개선안을 내놓았습니다. 당시에는 과로사 방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았고,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보장하자는 분위기도 확산하였죠.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이 모든 약속이 현장에서 실현되었을까요?

 

 

🔍 현장의 목소리: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은 그대로인가

1년이 지난 지금, 일선 택배기사들은 “변화가 없진 않지만, 핵심 문제는 여전하다”라고 말합니다. 일부 기업은 ‘분류지원 인력’을 도입해 물량을 줄였다고 하지만, 지원 인력의 수 자체가 부족하거나, 분류가 아닌 다른 작업으로 전가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 현장 인터뷰 사례:

  • “분류작업 안 시킨다고 해놓고는 대신 ‘집하 정리’, ‘반품 분류’, ‘도착 정리’ 같은 이름으로 다시 떠넘기더라고요.”
    — 서울 동대문구 택배기사 A 씨

또한, 주 60시간 이상 초과근무 금지도 현실에서는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택배기사 대부분은 개인사업자 신분이라서 ‘근무시간’ 관리 자체가 없으며, 일당제 혹은 수수료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는 주 6일,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CJ대한통운은 심야 배송 제한을 발표했지만, 쿠팡처럼 직고용 형태가 아닌 특수고용 계약일 경우 심야 노동을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밤 10시 넘어서 문 앞에 택배가 도착하는 상황도 여전히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 실제 데이터:
2025년 4월 전국 택배노조 조사에 따르면,

  • 여전히 택배기사 56%가 하루 11시간 이상 근무
  • 64%가 “분류작업을 여전히 한다”고 응답
  • 45%가 “작년보다 일은 줄었지만 줄었다”고 답변

결국 “표면적인 제도 도입은 있었지만, 실제 삶의 질 변화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정서입니다.

 

 

🧭 제도는 ‘시작’일 뿐…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택배 노동의 문제는 단순히 ‘과로 방지’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구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본질적 이슈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①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신분
택배기사 대부분은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연차휴가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이는 안전망 부재로 직결되며, 산재보험 적용도 자부담이 필수인 상황입니다.

 

② 물량 압박과 수익구조 문제
단가 경쟁이 심한 택배 시장에서는 기사 한 명이 담당하는 물량이 여전히 과도합니다. 특히 명절, 쇼핑 행사 기간엔 단가가 낮아지거나 물량만 늘고 보상이 없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일은 줄었지만, 수익도 함께 줄어드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③ 플랫폼 중심 구조의 확산
쿠팡처럼 직영 배송 체계를 도입한 기업들은 일부 노동 안정성을 보장하지만, 반면 알고리즘 기반 ‘할당’ 방식의 폐해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GPS 기반 위치 추적, ‘평점제’로 인한 압박, 미평가 고객의 불이익 등은 또 다른 형태의 감시노동입니다.

📌 결국 남은 과제는 단순히 제도 유무가 아닌, 택배 노동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보호 장치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모입니다.

 

 

✍️ 마무리: 우리가 택배 상자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

메일 도착하는 택배 상자 하나. 우리는 그 안에 담긴 물건은 꼼꼼히 살펴보지만,
그걸 나르던 사람의 하루와 컨디션은 좀처럼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1년 전, 우리는 너무 많은 택배기사가 ‘과로사’라는 이름으로 쓰러진 뒤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사회 전체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 약속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요?

‘과로’라는 말 속에는 단순히 ‘일을 많이 했다’는 뜻 외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슬픔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택배 노동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나르는 노동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가장 인간적인 노동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노동이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며, 택배기사가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하나의 노동 주체로서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기업의 약속, 정부의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우리 소비자 모두의 인식에서 시작됩니다.
문 앞에 놓인 상자를 볼 때, 그 하루를 상상할 수 있는 감수성이 우리 사회를 조금씩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매일 ‘배송 완료’ 알림을 받지만,
과연 이 사회는 ‘약속된 변화’도 함께 도착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