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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국가폭력 과거사 청산법 개정 논의… 진실은 어디까지 드러났는가?

by 민브리핑 2025. 6. 5.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2기 활동이 마무리되면서, 과거사 청산 특별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밝혀냈고, 무엇을 남겨두었는지 되짚어볼 시점이다.

 

 

📜 진실화해위원회란? 왜 다시 주목받는가

⚖️ 국가폭력 과거사 청산법 개정 논의… 진실은 어디까지 드러났는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5년 출범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권위주의 정권 시기의 국가폭력·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1기는 2010년 종료되었고, 2020년 법 개정으로 2기가 새롭게 활동을 시작해 2025년 6월 현재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2기 위원회는 약 5년간 △형제복지원 △녹화사업 △군 의문사 △간첩 조작 △민간인 학살 등 1,300건 이상의 사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수많은 희생자와 유족들의 억울한 삶이 다시금 공론화되었고, 일부는 국가 배상 판결까지 끌어냈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사 문제는 ‘진실 규명’ 자체보다는 그 이후 단계인 제도적 배상, 명예 회복, 역사 교육 반영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2025년 활동 종료를 앞두고, "조사 종료가 아닌 상시화된 과거사 기구가 필요하다"는 논의도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2020년대의 과거사 재조명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전에는 ‘피해자의 진술’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가해자의 문건’과 ‘공공 기록’ 등 제도적 증거 확보를 통해 객관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흐름이 강해졌다. 특히 디지털화된 군 기록, 정보기관 자료 등이 조금씩 열리기 위해 시작하면서, 기존에 무시되던 피해자 증언이 뒤늦게 사실로 입증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과거사를 단순히 ‘과거의 문제’로 보지 않고, 지금 우리가 어떤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시사한다. 진실화해위의 활동은 단지 사건 조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기억의 틀과 권력 구조, 정의 실현의 수준을 평가하는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

 

 

⚠️ 어떤 성과가 있었고, 무엇이 부족했나

진실화해위 2기는 다양한 사건을 규명해냈지만, 제도적 한계와 정치적 무관심 속에서 활동의 폭이 제한되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주요 성과

  • 형제복지원 사건: 국가의 불법 감금과 폭행 사실 확인, 관련자 고발 권고
  • 녹화사업: 국가 주도의 강제 전향 정책 조사, 피해자 공개 인정
  • 간첩 조작 사건: 중앙정보부의 불법 구금·고문, 조작된 판결 확인
  • 5·18 당시 민간인 피격: 일부 군 지휘관 및 명령 체계 조사로 진실 일부 규명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히 한 개인의 피해를 넘어서, 국가가 가한 체계적인 폭력을 드러낸 사례다. 특히 형제복지원, 녹화사업 같은 사건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 방치되었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고, 사회적 반향도 컸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하다

  • 조사 권한의 한계: 강제수사권 없음 → 가해자 비협조 시 진실 규명 어려움
  • 법적 권고에 그침: 조사 결과는 ‘권고’일 뿐, 구속력 없음
  • 배상 제도의 미비: 대부분 유족이나 피해자가 별도 민사소송을 거쳐야 보상 가능
  • 정치적 의지 부족: 정부의 후속 입법·기구 신설에 대한 관심 저조

실제로 형제복지원 피해자 중 많은 이들은 여전히 국가배상을 받지 못했고, 간첩 조작 사건의 경우 일부는 무죄를 인정받았지만, 많은 가해자들이 공소시효와 정치적 판단으로 사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피해자 입장에서 ‘진실 규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질적 회복은 손해배상, 명예 회복, 사회적 인식 개선 등 다층적인 후속 조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는 이들 요소가 제도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단절되어 있다는 평가다. 이는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식을 낳으며, 2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 향후 과제: ‘기억하는 법’이 곧 ‘지키는 법’이다

현재 국회에는 진실화해위의 상설화 또는 후속기구 설립을 골자로 하는 ‘과거사청산 기본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이 법안은 더 이상 국가폭력 진상조사를 시기별로 반복하지 말고, 상시기구로 두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과거사 청산을 하자는 취지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전환이다. 진실은 사건이 아닌 ‘시간’ 속에서 묻히기 쉽다. 따라서 진실을 기억하고 재확인하는 과정이 국가 차원에서 상시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회적 조사활동의 한계를 넘는 방식이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 배상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는 개별 사건마다 소송을 통해 배상을 요구해야 하는 구조라, 정신적·경제적 부담이 이중으로 작용한다. 향후 법 개정은 국가 차원의 ‘집단적 책임 인정’과 함께, 공식적 사과와 유족 지원, 기록보존 및 역사 교육 의무화까지 포함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과거사 청산은 단지 ‘옛날 일’이 아니라, 앞으로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핵심 절차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 중심 접근 방식의 정착이 중요하다. 단순히 피해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재정적·정서적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장기적인 심리 치료 프로그램, 유족의 주거 및 생계 안정책 등은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기념 공간이나 추모행사를 통해 사회 전체가 기억의 책임을 나누는 구조가 필요하다.

또한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 교육도 핵심 과제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과거사 청산 사례가 짧게 기술되어 있거나 아예 누락되어 있다. 이는 기억의 단절을 야기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다음 세대가 놓칠 위험을 키운다. 과거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잊지 않는 법'을 제도와 문화 속에 적극적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 마무리: 과거는 지나가지 않는다, 우리가 마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많은 진실 앞에 눈을 감고 있는 걸까좍

과거사 문제는 흔히 “이미 지난 일”, “책임질 사람은 없다”는 말로 묻히기 쉽다. 하지만 국가폭력은 단지 ‘시대의 사고’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시의 권력이 어떻게 인간을 억압했는지, 지금 우리는 그 권력과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진실화해위는 그 거울을 조심스럽게 닦아 우리 앞에 내밀었다. 하지만 그 거울을 끝까지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비치는 얼굴을 직시하는 일은 우리 시민 모두의 몫이다. 국가가 잘못했음을 인정하는 것, 사과하는 것,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 이 모든 절차가 ‘민주주의’의 진정한 작동이다.

기억하지 않는 사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반면, 고통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구조적으로 반성하는 사회는 더 단단해진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이 법 개정 논의는 단지 제도 개편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그 물음에, 이제는 외면하지 말고 응답해야 할 때다.규명해 냈지만주요한 성과강제 수사권많은 가해자가후속 기구과거사 청산상시로조사 활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