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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예외 도입 논란…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by 민브리핑 2025. 6. 4.

서울시와 법무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예외 도입’ 시범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저출산 해법으로 제시되었지만, 노동권 침해와 외국인 차별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 정책의 의도: ‘가사노동 부담 완화’라는 명분

🧹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예외 도입 논란…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예외 도입 논란…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2025년, 서울시와 법무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필리핀 등 특정 국가의 여성들을 일정 조건 아래 초청하여, 육아와 청소, 노인 돌봄 등 가사노동을 전담하게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이 시범사업은 ‘최저임금 적용 예외’를 전제로 하여, 사용자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를 내세웁니다.

정부는 이번 정책의 추진 배경으로 ‘가사노동 부담 해소’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들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맞벌이 가구, 특히 자녀를 둔 30~40대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출산 기피와 경력단절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저렴한 비용으로 가사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중산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출산율 개선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해외 사례로는 싱가포르, 홍콩, 아랍에미리트 등을 인용합니다. 이들 국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활용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여성의 경제참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모델이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 쟁점: 노동권 침해와 제도적 차별

정책 추진의 ‘명분’은 이해되지만, 실질적인 내용에선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최저임금 예외’ 조항입니다. 국내 최저임금법은 원칙적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며,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범사업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한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명백한 이중 기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비슷한 노동을 하더라도 한국인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반면, 외국인은 그보다 낮은 임금을 받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차별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값싼 인력으로 보는 인식을 고착시키고, 향후 다른 분야로도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사노동은 노동자와 고용자가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근로환경 관리가 어렵고 인권침해 우려가 큽니다. 실제로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감금, 폭력,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되고 있으며, 제도화 이후에도 적절한 관리체계 없이 방치되었던 전례들이 존재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될 경우, 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는 물론, 한국 사회의 국제적 인권 수준도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외국인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외국인을 이용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돌봄의 사회화 vs 값싼 인력 의존

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난 본질적인 질문은 바로 “돌봄은 누구의 몫인가?”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육아와 가사노동을 개인, 특히 여성의 몫으로 떠넘겨왔습니다. 여성들이 돌봄에 지쳐 사회에서 이탈할 때, 그 자리를 ‘값싼 외국인 여성’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문제의 근본 해결이 아니라 ‘대증 요법’에 가깝습니다.

진정한 해결책은 돌봄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대, 가사노동에 대한 공공서비스 지원, 지역 커뮤니티 기반 돌봄 시스템 등의 제도적 보완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돌봄을 외주화하거나 수입 노동력에 의존하는 방식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민 정책과 노동 정책은 반드시 사회적 합의와 인권적 기준 아래 논의되어야 합니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보호체계가 얼마나 미흡한지를 고려할 때, 이번 정책은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지속 가능한 돌봄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이 더 중요합니다.

 

 

✍️ 마무리: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다시 묻는다

정책이란 반드시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논의는 단지 한 가지 정책을 둘러싼 기술적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사회의 돌봄 구조, 노동 인권, 이민 정책, 젠더 불평등 문제 등 다양한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것은, ‘돌봄의 부담’은 반드시 나누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분담의 방식이 ‘다른 약자를 착취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여성, 그것도 이방의 가난한 여성을 값싼 노동력으로 부려 쓰는 구조는, 결과적으로 약자의 삶만을 교환하는 일일 뿐입니다.

정책의 진정성은 그 혜택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보다, 그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서 판가름 납니다. 이번 시범사업이 진정한 해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지 비용 효율성을 따지는 것을 넘어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질문들이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한국 사회가 돌봄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동과 삶의 존엄에 대한 물음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번 사안을 통해 시민들의 시선도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나에게 필요한 도움’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생각할 뿐, 그 도움의 조건과 그 뒤에 숨은 현실은 쉽게 잊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돌봄의 문제는 모두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이며,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논의해야 할 공공의 영역입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더 이상 '부담의 전가'가 아닌 '부담의 공유'라는 방향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돌봄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공동과제로 삼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전환점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