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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무엇이 이들을 극단으로 몰았나?

by 민브리핑 2025. 6. 4.

전남 진도에서 발생한 ‘가족 차량 돌진 사건’을 중심으로,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사회에 던지는 경고와 그 근본 원인을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 사건 개요: 진도 앞바다로 향한 한 가족의 마지막 주행

🚨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무엇이 이들을 극단으로 몰았나?
🚨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무엇이 이들을 극단으로 몰았나?

2025년 5월, 전남 진도. 한 가족이 차량과 함께 바다로 돌진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의 주인공은 40대 가장 A 씨. 그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진도 앞바다로 향했고, 결국 차량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세 가족 모두 숨졌고, A 씨만이 구조되었습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이 너무 힘들어 모두 함께 죽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범행 정황을 살펴본 결과, 아내와 자녀는 범행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이는 단순한 동반자살이 아닌 명백한 계획 살인이었습니다. 특히 수면제를 미리 구입해 준비한 점, 차량을 사전에 점검한 정황 등이 밝혀지며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웃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으로, 가족에게 특별한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1억6천만 원이 넘는 채무, 단절된 사회적 관계, 병든 아내와 함께하는 경제적 압박 등 복합적인 문제가 겹쳐 있었습니다. 결국 겉으로 보이지 않던 위기는 침묵 속에 응축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참극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 경제적 고통, 범죄의 방아쇠가 되다

A 씨가 범행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고통’이었습니다. 그는 안정적인 직업 없이 일용직을 전전했으며, 수입은 줄어들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경제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는 자신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도피’ 아닌 ‘종결’을 선택했습니다.

2024년 기준 가계부채는 1,900조 원을 돌파했고, 이 중 30~40대 가장의 평균 부채는 1억 원을 상회합니다. 특히 자영업 실패, 병든 가족의 간병, 자녀 양육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경제적 위기는 단순한 생활고가 아닌 ‘존재의 위기’로 확대됩니다. A 씨의 사례는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진도와 같은 지방은 복지 접근성이 낮은 지역으로, 상담센터나 긴급 지원체계가 존재하더라도 실질적 접근이 어렵습니다. 또 사회적 낙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것’이 곧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이들이 지원 체계로 향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조사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사람 중 60% 이상이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A 씨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범죄로의 진입’을 유도했다기보다, 오히려 ‘모든 문이 닫힌 감옥 같은 구조’ 속에 갇혀 있었던 것입니다.

 

 

🧠 가족 범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진도 사건은 ‘특수한 사건’이 아닙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살인사건의 약 42%가 가족 또는 친족 간에서 발생했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거나, 부부간 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 사고는 매년 수십 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구조화된 사회 문제입니다.

가족 간 문제는 외부로 드러나기 어렵습니다. ‘가족 문제는 가정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이고, 이에 따라 갈등과 스트레스가 침묵 속에서 누적되다가 비극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침묵의 구조’라고 부르며, 특히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합니다.

2023년 고양시에서 발생한 자녀 살해 사건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한 어머니가 경제난과 양육 스트레스로 자녀 두 명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은, 진도 사건과 유사하게 ‘복합적 구조적 고립’이 범죄로 이어진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집니다. “그들은 왜 그토록 고립되어 있었는가?” 즉, 사회는 그들이 손을 뻗었을 때 잡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가정은 이제 ‘절대적인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누군가의 방치된 위기가 가장 먼저 폭발하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 마무리: 더는 가정의 침묵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진도 사건은 단지 한 가족의 파국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사회 시스템의 결함이자,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침묵의 결과입니다. ‘도움을 청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 ‘가족의 위기를 창피한 일로 덮어두는 문화’, ‘사회적 연결의 부재’가 모여 비극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위기를 초기에 감지하고, 손 내밀 수 있는 문턱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서, 사람들이 실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심리적·물리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사회적 재정의도 필요합니다. 더 이상 가족은 무조건적인 보호와 희생의 공간만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도 적절한 경계와 소통, 돌봄의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는 건강한 관계 모델을 제시하고 교육할 책임이 있습니다.

복지 시스템도 행정적 절차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위기에 있는 사람’이 그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령, 지자체에서 상담센터와 채무 지원, 정신건강 서비스 등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통합 제공하거나, 응급위기 대응팀이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또한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학교, 종교기관, 직장 등 일상 공간에서의 연계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의 감도’입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문제가 터진 후’에야 돌아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스스로를 놓아버리기까지는 수많은 신호가 존재합니다. 그 신호를 읽어내고, 반응할 수 있는 사회적 감수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민감해져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주변 사람’입니다. 친구, 이웃, 동료, 가족. 우리가 나누는 짧은 인사, 툭 건네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고립된 누군가에게 유일한 연결이 될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요즘 어때?”, “힘든 일 없어?”라고 묻는 일상적인 말들이야말로, 거창한 정책보다도 먼저 작동하는 ‘예방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고립은 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잔인한 환경입니다. 그 고립을 허물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입니다. 우리는 거창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관심을 갖고, 작은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가족 문제는 더 이상 사적인 일로만 다룰 수 없습니다. 사회 전체가 ‘안부를 묻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립된 누군가의 어깨를 토닥일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억눌린 고통을 꺼내어 말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