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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이는 낳고 싶지만, 결혼은 싫어요” 그들을 위한 나라는 있는가?

by 민브리핑 2025. 6. 1.

한국 사회의 초저출산 문제는 기존의 결혼 중심 가족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 최근 증가하는 비혼 출산 논의는 단순한 사회 현상이 아닌, 가족의 개념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인식이 전환되어야 할 때다.

 

 

👶 1. 출산율 0.7의 사회, 더 이상 결혼만을 강요할 수 없다

“아이는 낳고 싶지만, 결혼은 싫어요” 그들을 위한 나라는 있는가?
“아이는 낳고 싶지만, 결혼은 싫어요” 그들을 위한 나라는 있는가?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치인 0.72명을 기록하며 세계 최저 수준을 또 한 번 갱신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0명대 출산율을 기록 중인 한국은, 10년 넘게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시도해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무상보육, 출산장려금, 육아휴직 확대 등 수많은 제도가 쏟아졌지만, 근본적인 출산 결정 요인을 건드리지 못한 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눈에 띄게 부상한 이슈가 ‘비혼 출산’이다. 기존에는 결혼을 전제로 출산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혼인과 무관하게 아이를 낳고 기르려는 움직임이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2024년에는 배우자 없는 여성의 출산이 1,000건을 넘겼고, 비혼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커뮤니티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비혼모의 삶을 공유하는 콘텐츠들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소수의 흐름이지만, 이 현상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사회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만 양육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으며, 이는 젊은 세대의 가족관과 삶에 대한 관점 변화를 반영한다. 여성들이 더 이상 제도에 구속되지 않고 스스로 삶의 선택지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비혼 출산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여부, 출생신고, 자녀의 법적 지위, 의료비 및 육아지원을 받기 위한 각종 서류 요건 등에서 비혼모는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정상 가족’의 기준을 중심에 둔 법체계는 새로운 가족 형태의 등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여성들의 출산 선택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 2. 비혼 출산을 둘러싼 인식과 현실의 간극

여론조사 결과, 20대와 30대의 절반 이상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기성세대와는 현저히 다른 결과로, ‘정상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비혼 출산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특히 직장, 학교, 보육기관 등 일상 속에서 비혼모는 여전히 차별과 불편을 경험하고 있다.

비혼모가 되기로 결심한 여성들 다수는 “사회가 가장 두려웠다”고 말한다. 출산 자체보다도 주변의 시선과 제도적 허들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비혼모를 대상으로 한 의료 서비스를 꺼리거나, 의료진의 개인적 발언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 출산을 마친 이후에도 보육 지원 신청 과정에서 ‘배우자’ 정보를 필수로 요구하는 시스템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행정적 고통을 겪는다.

언론과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비혼 출산을 ‘특이한 사례’나 ‘감동적 스토리’로 소비하며, 그것이 일반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만든다. 이는 오히려 사회적 거리를 더 벌리는 효과를 낳는다. 비혼모에 대한 정서적 지지나 제도적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또한 비혼 출산은 여성 개인의 선택일 뿐 아니라, 국가의 인구정책과도 연결된다. 출산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전통적 가족 중심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 출산을 원하는 여성조차 배제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다양성을 전제로 한 정책 전환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 3. 가족의 재정의, 다양성을 담는 정책이 필요하다

비혼 출산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방향이다.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이미 동거·비혼·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법적으로 인정하며, 동일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혼인 여부에 따라 혜택의 유무가 나뉘며, ‘정상가족’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인식, 문화, 언어 구조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다. 가족을 ‘혈연·혼인 중심의 단위’로만 이해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돌봄과 관계 중심의 공동체로 재정의해야 한다. 실제로 비혼모, 동거가정, 공동양육 가정 등 다양한 사례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제도는 뒤늦게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와 지방정부는 ‘가족다양성조례’ 제정과 함께, 출산 및 양육 관련 지원을 가족 형태에 관계없이 보장하는 입법에 착수해야 한다. 또한 보건·교육·노동 등 각 영역에서 비혼모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지원 매뉴얼을 구축하고, 차별 없는 정보 접근권과 사회 서비스 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출산이 특권이 아닌 권리가 될 수 있다.

비혼 출산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한 개인이 사회 안에서 존엄하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그 선택이 비난과 불이익이 아닌, 지지와 보호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제는 누가 아이를 낳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회가 아이를 품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초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비혼 출산’이라는 새로운 담론이 어떻게 등장하고 있으며, 그 사회적·제도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짚어봅니다. 출산과 가족의 개념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혼인을 전제로 한 정책과 인식은 수많은 여성의 삶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가족을 정의하는 방식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사회가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국가와 사회는 출산을 장려하기에 앞서,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그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권리를 보장하며, 누군가의 결정을 응원할 수 있는 사회가 더 건강한 미래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