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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직장동료 갑질, 회사 단톡방이 더 괴로운 이유

by 민브리핑 2025. 7. 5.

업무용 메신저가 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디지털 갑질’의 무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직장동료 갑질은 이제 대면뿐 아니라 비대면 환경에서도 이어지며,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톡방 속 갑질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피해자의 고통은 무엇인지,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차례로 살펴봅니다.

1. 회사 단톡방 속 ‘은근한 폭력’, 어디까지 당해보셨나요?

직장동료 갑질, 회사 단톡방이 더 괴로운 이유
직장동료 갑질, 회사 단톡방이 더 괴로운 이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들어가 있을 회사 단톡방. 출근 시간보다 먼저 울리는 메시지 알림 소리에 눈을 뜨고, 퇴근 후에도 쉴 새 없이 울리는 채팅 알림 속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마칩니다. 문제는 이런 단톡방이 단순한 소통 공간을 넘어서 ‘디지털 갑질’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인을 대놓고 무시하거나, 업무와 무관한 잡담을 쏟아내며 암묵적인 소외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퇴근 후 밤 10시가 넘어서도 업무 지시가 내려오고, 응답하지 않으면 “왜 카톡 안 봤냐”는 말이 돌아오는 식이죠. 단톡방 내에서 특정인에게만 반복되는 감시, 비꼬는 말투, 공개 지적은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기에 더더욱 피해자가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권력’은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 간에도 발생합니다. 공식적인 위계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직장동료 갑질은 더더욱 교묘하고 교묘합니다. 사적인 연대감을 가장한 업무 외 압박, 특정인에게만 업무를 떠넘기는 비공식적 분업, 말투로 인한 무시 등은 모두 단톡방이라는 공간에서 조용히 벌어집니다. 그 결과, 피해자는 휴대폰 알림음만 울려도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심리적으로 회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며, 점차적으로 소진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2. ‘읽씹’이냐 ‘답장 스트레스’냐, 회피할 수 없는 심리전

회사 단톡방은 자율적 소통 채널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또 하나의 사무공간입니다. 여기에는 답장을 늦게 하면 ‘성의 없다’는 평을 들을 수 있다는 압박, 이모티콘 하나 없이 답장을 하면 ‘분위기 파악 못 한다’는 말이 나올까 걱정하는 이중 심리가 작용합니다. 특히, 단톡방 내에서도 지속되면, 간단한 메시지 하나조차 ‘읽씹’할 수 없는 불문율이 생깁니다. 이러한 심리적 강박은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서 일종의 감정노동으로 이어집니다. 실시간 반응을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생활과 감정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왜 카톡 안 읽었냐’는 식의 비난, 공휴일이나 연차 중에도 업무 지시가 들어오는 상황은 단톡방을 심리적 감옥으로 만듭니다. 결국, 직원들은 메시지 수신 여부에 따라 평가받고, 반응 속도로 신뢰도를 가늠당하며, 자신의 페이스로 일하지 못하는 피로감을 겪습니다. 이처럼 비언어적 압박은 직장 내 비공식적 ‘을과 갑’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감정노동의 ‘비공식 무대’, 언제든 노출되는 사생활

사생활 노출 또한 단톡방이 갖는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입니다. 단톡방에는 회사 업무 외에도 생일, 회식, 팀 케미를 이유로 한 잡담 등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친밀함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관계 유지 노동’이 되려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생일 선물 준비나 퇴사 선물 준비 등은 자발적인 듯 보이지만 누군가는 항상 부담을 떠맡습니다. 단톡방 내에서 형성된 분위기는 자율적 참여가 아니라 눈치로 강제되는 경우가 많고, 이를 거절했을 때 오는 ‘무언의 불이익’은 실로 큽니다. 특히 비혼, 비회식 선호자 등 개인 선택이 존중받기 힘든 구조 속에서는 개인적 정체성과 회사 조직문화가 끊임없이 충돌합니다. 이는 감정적 소외감을 유발하고, 결국 장기적으로 업무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4. 회사 메신저 속 갑질, ‘사소함’이 누적될 때 폭력된다

회사 내 갈등의 특징은 그 사소함에 있습니다. 회식 빠졌다고 단톡방에서 뒤에서 은근히 조롱당하거나, 메시지에 이모티콘 하나 안 붙였다고 감정이 상했다는 말을 듣는 것 등은 모두 언뜻 보면 별일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사소한’ 일이 반복되면, 그것이 곧 누적된 감정의 골이 되어 폭력으로 작용합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지속적인 감정 압박은 자존감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업무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단톡방 내에서의 소외감, 무시, 압박을 겪은 사람들 중 일부는 이직을 고려하거나, 극단적인 감정 상태에 놓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문제는 일터 내 정신건강 이슈로 번지고 있으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피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단톡방이라는 공간에서 직장동료 갑질은 단순한 불쾌함이 아니라, 실제 정신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사회 문제입니다.

5. 해결을 위한 실천: 개인의 전략, 조직의 문화 개선

그렇다면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선 개인 차원에서는 단톡방 업무 범위와 시간을 명확히 선 그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퇴근 후에는 ‘응답 불가’ 메시지를 사전에 설정하거나, 팀원 간 규칙을 만드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감정적 소모가 심한 경우엔 기록을 남기고, 사내 고충 상담 창구나 노동청의 상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직 차원의 변화입니다. 단톡방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비업무 시간에는 응답을 강요하지 않는 ‘디지털 침묵권’ 보장, 감정노동에 대한 리더십의 공감 등이 필요합니다. 이미 몇몇 기업은 사내 메신저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감정노동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문화를 개선해가고 있습니다. 직장동료 갑질이라는 말이 더 이상 익숙해지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작은 실천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단톡방이라는 공간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불편한 직장 분위기는 단순히 조직 내 관계의 문제를 넘어, 디지털 시대 새로운 소통 방식이 낳은 부작용입니다.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직면할 때, 건강한 직장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도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