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피해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문성에 대한 의심과 제도적 공백이 함께 드러나고 있습니다. ‘상담’이라는 민감한 접점에서 벌어지는 피해는 단순한 서비스 문제를 넘어 신뢰 자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1. 상담이라는 이름 아래, 무방비로 노출되는 심리적 취약성
누구나 마음이 아플 때 상담을 생각하게 됩니다. 친구에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 가족과도 나누기 어려운 상처를 털어놓기 위해 많은 이들이 심리상담을 찾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상담은 표면적으로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지만, 실상은 매우 전문적이고 정교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격이 부족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상담사들이 쉽게 이 영역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내뱉는 조언 한마디, 무심한 표정, 심지어 공감하지 않는 태도 하나가 내담자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상담’을 흉내 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일부 내담자들은 상담 후 더 깊은 자책과 상실감을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고통이 축소되거나, 원인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돌리는 상담 태도는 치유가 아닌 2차 가해로 작용합니다. 특히 우울이나 불안 같은 상태에 놓인 사람일수록, 상담사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의 말’이 갖는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구조 속에서, 상담사의 말 한마디는 내담자의 자아 전체를 흔들 수 있습니다. 상담은 단순한 대화가 아닙니다. 인간 내면의 깊은 상처를 다루는 과정이며, 그만큼 높은 윤리의식과 자격 기준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격 기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편입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SNS 등을 통해 자칭 ‘마음 치유사’, ‘라이프 코치’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지금, 일반 소비자는 전문성과 자격 유무를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무자격 상담사의 등장, 제도와 인증의 구멍이 낳은 불신
심리상담 피해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무자격 상담사’의 문제입니다. 심리상담은 의사처럼 국가가 정한 공인 자격증이 필수는 아닙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임상심리사 외에도 민간 자격증을 통해 다양한 상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격 요건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단 몇 주간의 온라인 강의만 수강한 후 상담사로 활동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상담소나 유튜브 채널에서는 정식 자격이 없는 운영자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상담 콘텐츠를 제작하고, 실제 유료 상담까지 연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원하거나, 병원을 기피하는 이들에게 이들은 오히려 더 ‘친근한 전문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더 큰 문제로 번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상담이라는 민감한 행위가 충분한 검증 없이 시장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와 제도권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아직 뚜렷한 규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담 관련 민간 자격증만 수천 개에 달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나 인증 절차는 사실상 부재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피해를 입은 내담자가 법적 조치를 하려고 해도, 자격 요건이나 상담 윤리 위반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상담 시스템이 오히려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3. 피해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 침묵으로 내몰리는 구조
‘심리상담 피해’라는 말을 쉽게 꺼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상담 자체가 매우 개인적이고 민감한 경험이기 때문에, 잘못된 상담을 겪었다 하더라도 이를 공론화하거나 외부에 알리는 데는 큰 심리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특히 ‘내가 예민했던 건 아닐까’, ‘상담사는 전문가인데 내가 잘못 이해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피해 사실을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심리 문제를 외부에 드러내기 꺼려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또한 크게 작용합니다.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더 나아가 상담에서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침묵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상담 피해는 공식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고, 반복적으로 은폐되고 맙니다. 피해자가 침묵할수록 상담사의 책임도 희석되기 마련이고, 이는 결국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집니다. 피해를 드러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감’과 ‘제도적 뒷받침’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는 이 두 요소 모두 부족합니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도 드물고, 이를 제도적으로 처리해 줄 수 있는 기관도 마땅치 않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상담 이전보다 더 깊은 고립과 무력감을 경험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피해를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심리상담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4. 피해자 보호, 그리고 상담 윤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상담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담 윤리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분명해져야 합니다. 특히 상담자는 내담자의 정보를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하며, 감정적 개입을 자제하고, 일방적인 조언이나 판단을 삼가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같은 윤리가 무시되는 사례들이 자주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상담 중 내담자의 개인사를 외부에 공유하거나, 상담자의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는 경우는 명백한 윤리 위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내담자들은 이러한 행동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 채 상담을 지속하거나, 오히려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상담에 대한 정보 부족과 사회적 인식 부족에서 기인합니다. 상담은 친절한 말을 건네주는 행위가 아니라, 일정한 윤리 기준과 전문성이 수반되는 치료적 과정이라는 인식이 보다 널리 퍼져야 합니다. 또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도 시급합니다. 예를 들어, 상담사의 윤리 위반을 신고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나, 상담 피해에 대한 법적 구제 절차가 명확히 정리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이런 절차가 미비해, 대부분의 내담자가 ‘혼자 감당’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진정한 보호는 단순히 법적 조치만이 아니라, 상담 생태계 전반에 걸친 신뢰 회복에서 시작됩니다.
5. 개인의 용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 전체의 감시와 개선이 필요한 때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보면, 심리상담 피해는 단순한 개인 문제로 치부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구조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피해자는 상처를 입고도 침묵해야 하고, 무자격 상담사는 그저 자리를 옮겨 다른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갑니다. 이러한 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감시와 개선 의지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상담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 서비스’로 바라보는 시선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상담은 단지 개인이 원하는 선택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의 한 축입니다. 따라서 상담사 자격 기준, 활동 범위, 윤리 기준 등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시스템화는 필수적입니다. 동시에, 내담자 역시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용기 있는 개인’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언론, 제도권, 전문가 집단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상담 피해는 결코 소수의 문제가 아니며,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위험입니다. 상담사 한 명의 잘못은 내담자 한 명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문제를 더 많은 사람이 바라보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심리상담 피해’라는 키워드는 이제 단순한 사례 몇 개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상담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불완전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신호이며, 동시에 현대인이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서 신뢰를 의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상담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하지, 다시 상처받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 용기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의 관계, 윤리, 자격, 피해 대응 체계 모두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말에 기대고 싶어지는 순간을 살아갑니다. 그 기대가 상처로 돌아오지 않도록, 이제는 사회가 나설 때입니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먼 터치 소통,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진짜 연결 (0) | 2025.06.30 |
---|---|
혼자 사는 게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늘어나는 ‘혼밥 외로움’ 속 1인 가구 (0) | 2025.06.29 |
30대 결혼 고민, 경제 현실 앞에 멈춘 사랑 (0) | 2025.06.28 |
직장인 고민, 말 못 할 이야기의 무게 (0) | 2025.06.27 |
직장 스트레스, 정신 건강의 적신호인가? (0) | 2025.06.26 |